Kevin의 여친들...
우리 집 훈남 Kevin은 女福이 많은가 보다. 지난 봄, 여름 다닌 프리스쿨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이 녀석을 일본인 여자 아이 Shion과 Saaya 둘이 잘 챙겨줬다. 아침마다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면서 걔네들 엄마들이 자기 딸들이 좋아하는 아이의 아빠인 내게 자연스럽게 접근하며 친하게 지냈을 정도였다. Kindergarten으로 옮기면서 Shion은 오전 반에, Saaya는 다녔던 프리스쿨에 있는 Kindergarten(사립학교로 간 셈임)으로 갔고, Kevin은 오후 반으로 갔다. 이렇게 뿔뿔히 흩어졌건만, 지금은 이 아이들을 대신하여 Alexa라는 미국 여자아이가 Kevin을 죽자살자 챙긴다. 물건도 챙겨주고, 옷도 챙겨주고, 가방도 챙겨주고 정말 열심이란다.
Kevin의 이런 인기는 어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땐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시아계 엄마들은 모두 귀엽다고 난리였지만 서양 아줌마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랬는데 어느날 미용실에서 서양애들처럼 짧게 치고 나타났더니 아침 등교길에 선생님들이 핸섬가이라며 난리 부르스를 떨어댔다. 급기야 행정실 선생님은 자기 컴퓨터 모니터 배경화면으로 Kevin이 미소짓고 있는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깔아놓고 있었다.
깜짝 놀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이 너무 멋지다고 먼저 응대를 했다. 미국 사람들은 남자들 머리가 대체로 짧다. 나 역시도 머리를 길러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학교 다닐 때 아니면 언제 머리를 길러보나 싶어 제법 긴 머리채를 하고 미국으로 넘어갔건만 모든 신분증 사진이 영락없는 동남아 분위기다. 아이들과 더불어 머리를 짧게 깍고나서야 반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잠시 이별인 듯한 일본 여친들 중 Shion은 ELI 시간에 Kevin과 만난다. 아내와 그 엄마도 자연스레 자주 만나게 된 모양이다. 어제는 우리 집에 놀러왔다 간 모양이다. Shion은 Kevin보다 영어를 잘하지만 책을 읽는 건 Kevin이 더 잘되는 모양이다. 다음 주에 Saaya 네가 놀러온다며 Kevin과 아내를 그 집으로 초대한 모양이다. 더불어 Daniel까지 함께 불렀단다. 형아가 와서 전체적인 통역 좀 해달라고...ㅋㅋ.
내가 떠난 뒤 가족들의 이웃과의 교류가 더 나아진 듯 하다. 교회 식구들과의 교류도 부쩍 늘고, 그 동안 등을 떠 밀어도 꺼려하던 일본 엄마들과의 교류도 곧잘 하고... 기러기는 이렇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오히려 가정사에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인가... 이건 왠 씁쓸한 시츄에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