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횡단/2차 동부여행

3일차_자유의 여신상과 뉴욕

Beyond Culture 2010. 11. 5. 20:52

3일차_2010.8.5(목)

경로 : 리버티 아일랜드와 뉴욕

 

아침에 일어나 뉴저지 선착장으로 향했다. 뉴욕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다. 대개는 맨하탄에 있는 선착장을 이용하느라 고생하기 마련이지만 밤사이 인터넷을 뒤지며 수고한 보람으로 결국 맨하탄 쪽이 아닌 뉴저지쪽 선착장을 이용하면 덜 붐비고 편안하게 리버티 아일랜드에 들어갔다 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주차료도 종일 주차하는데 7달러 수준으로 매우 싸다. 선착장 옆에 2시간 무료파킹도 있다. 오전 내 구경할 걸로 예상해 7달러를 내고 파킹했지만 사실 2시간 무료파킹에다 대놓고 늦게와도 아무도 모를 상황이었다. 아무튼 예전에 기차역사로 쓰였던 곳이 미스 뉴저지 호를 타기 위한 매표소와 공항 수준의 검색 시설로 바뀌어 있었다.

  

 < 뉴저지 선착장에서 바라본 맨하탄 >

 

배를 타려고 잠시 서 있는 동안에도 허드슨강 건너편 맨하탄 전경이 눈에 가득 담겼다. 배를 타니 금새 도착한 곳은 리버티 아일랜드가 아니라 앨리스섬... 여긴 옛날 이민자들을 관리하던 곳이라는데 그 역사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답게 전 세계 인종들에 대한 분포, 그리고 이민자들에 대한 통계자료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여기에서 맨하탄에서 들어온 배인 미스 뉴욕 호를 보니 정말 배가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들이 가득했다. 전에 뉴욕을 다녀온 동료들이 모두 리버티아일랜드에 들어오길 포기했다는 말이 실감났다. 하나같이 맨하탄에서 타려고 했으니 출근길에 해저터널 통과하는데 지치고,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니 두 세시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었다.

 

 

< ↑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옆으로 가서 바라보면 미국 국기로 변한다 ↓ >

 

 

< 앨리스섬 이민박물관...동영상 >  

 

 

리버티 아일랜드에 도착해보니 구글어스로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제법 섬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음식점도 있어서 브루클릭을 바라보는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했다. 뭐 그 자체로 대단하겠냐만 워낙 세계적인 조형물이 되다보니 남녀노소,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같이 오른 손을 위로, 왼손을 법전을 낀 자세를 취하고는 사진 찍기에 열심들이었다. 날씨도 화창하여 사진빨이 정말 장난아니다. 거기에다 그 유명한 브루클린으로 가는 다리도 한 눈에 들어왔다. 맨하탄을 들어가서 즐기기보다 주변에서 보는 맛이 더 좋은 듯...

 

 < 미스 리버티...

저 다리 밑 건물로 들어가 보려면 보안 검색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지금은 밑둥만 구경할 수 있어 머리까지 올라가 보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2011년 하반기부터는 개보수 공사를 시작해

리버티 아일랜드 자체가 한동안 폐쇄될 거라고 한다. >

 

 < 미스 리버티 모자를 쓰더니 오른손을 번쩍드는 Kevin...>

 

< 강 건너 맨하탄의 모습이 멋스럽다... 사라진 쌍둥이 빌딩 자리가 안타깝지만... >

 

오후 햇살이 뜨거울 때가 되어서야 뉴저지를 벗어나 맨하탄으로 들어왔다. 소호 거리 근처에 파킹해놓고 리틀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 쪽을 둘러봤다. 역시 맨하탄은 밤에 와봐야 하는 모양이다. 어제 브로드웨이에서 겪었던 도시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실망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중서부 여행 때는 동네지도 구하는게 어렵지 않았는데 뉴욕은 미리 구해오지 않으면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AAA같은데 가입해서 무료지도 얻어오면 좋겠다. 곧 미국에 갈 사람이라면 미리 한국에서 KAA에 가입하고 가시라. 싼데다가 미국에서 동일한 대접을 받는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처럼 맨하탄 밖에서 머문 경우 숙소에 맨하탄 지도가 없다. 여긴 뉴저지 지도 밖에 없으니 맨하탄 지도는 맨하탄 가서 구하라는 답변에 어이가 없었을 정도였다.

 

 < 아마 리틀이탈리아 어디였을거 같다... 밤과 달리 한산한 오후 풍경...

여기가 고급 상점들이 많다는데 돌아다니면서 그런건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얼마예요 물어보지 않아서 그런가?>

 

 

차이나타운은 어딜가든 왜 이리 지저분한 건지... 가족들 모두 맘 상해버렸다. 재미도 없다. 뭔가 맛있는 걸 기대하며 도시를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빌딩사이를 땀흘리며 걸었건만 돌아오는 건 가족들의 불평 뿐이었다. 다시 한번... 맨하탄은 낮에 즐길 동네가 아닌 것 같다. 차이나타운은 완전히 남대문 분위기와 비슷한데 남대문을 확 지저분하게 만들면 딱 그 분위기가 나올 듯 하다. 이런 동네가 월스트리트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완전히 버려버린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차가 oversized라고 우겨대는 주차관리인 아저씨와 실갱이가 벌어졌다. 어제 브로드웨이에선 정상 사이즈로, 그리고 쿠폰도 잘 적용되었는데 같은 체인이면서 여긴 왜 이렇게 구는 지 이해가 안됐다. Ya, I know It's NewYork! 이 말을 끝으로 그냥 거액의 주차료를 내면서 우리의 여행이 파국으로 치닫는 느낌이었다. 빨리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코리안거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거기서 짜증난 심신을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달래보자는 생각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향했다. 코리안거리는 바로 그 코 밑에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거리는 브로드웨이와 연결되는 그러니까 차이나타운과는 비교도 안되게 작아 그냥 길거리 하나 수준이지만 깔끔한 면과 위치면에서는 훨씬 나아보였다. 감미옥이라는 식당에서 간만에 모듬순대와 설렁탕으로 속을 달래니 가족들의 불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여긴 김치맛이 일품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한 컷으로 카메라로 담을 수가 없었다. 밑에서 보니 너무 까마득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사진이나 찍고 올라가는 건 포기했다. 시카고에서도 야경보러 핸콕에 올라가지 않았던 우리 가족... 뉴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건 관심 밖이다. 거리 분위기 자체와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 뭐 이런걸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이 크다.

 

 < 코리안 거리 모습 >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 Daniel... 건물 밑 둥 만 보인다. >

 

  

< 치킨을 기대하고 있는 Kevin >

아무튼 코리안거리 끝에서 바로 길건너 위치한 교촌치킨... 무슨 핸드폰 대리점 분위기였다. 들어선 입구에 늘씬하고 서구적인 아시안계 여자분이 안내하는게 무슨 레이싱걸 수준이다. 한국말로 인사하다 보니 한국인이 아니었다. 어쨋든 간만에 맛있는 교촌치킨을 맛 보겠다 싶어 두 마리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건만 이건 아니다.... 한국에서 맛보던 그 맛이 아니었다. 아뿔사 치킨을 좋아하는 큰 아들 녀석도 이내 손을 놔 버렸다.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 그러면 어떠랴...

 

내일 일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 숙소는 워싱턴으로 향하려고 살짝 뉴저지 남쪽방향으로 잡은 곳인데 보스턴으로 가자는 의견이 막강하다. 거긴 집에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곳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이건 그야말로 랜덤워크 수준이다. 내일 아침에 최종 결정이 날 상황... 오늘은 식구들이 포기한 교촌치킨에 간만에 사들고 온 맥주 한 캔으로 갈증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