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U.S./더블린의 일상

경찰과의 첫 만남

Beyond Culture 2010. 2. 1. 06:04

   미국 경찰은 한국과 달리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애들 떡대며 실탄이 장착된 총(여차하면 실제로 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이 그 자세를 더해 준다. 어제밤엔 구역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경찰차에 붙들렸다. 결석한 가정이 많아 소수 가정이 모였더니 오히려 이야기가 많아졌다. 늦게까지 간식에 수다를 떨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는데, 그 사이 앞 창문에 성에가 끼어 시야가 안 좋았다.

한적한 외곽 도로는 밤에 가로등이 없어 교통신호판은 고사하고 어디가 삼거리고 어디가 사거리인지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기때문에 앞서 있는 신호판을 보고 짐작해야 한다.

 

   천상 속도를 낼 형편도 아니고, 그렇게 익숙한 길도 아니기에 규정속도 35마일 이내로 천천히 운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조심, 또 조심하며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따라 오던 승용차의 지붕에서 빨강, 파랑 불빛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짧은 싸이렌이 울렸다. 이건 뭐지? 내가 느리니까 빨리 비키라는 소리인가? 긴급차에 대한 대비요령을 생각해 차를 오른편으로 대고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싸이렌이 울렸다. 우리보고 서라는 의미가 확실한 듯 했다. 차를 세우니 뒷편 경찰차에서 써치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다. 불빛이 환해 경찰이 운전석 창가로 올때까지 보이지도 않았다. 영어가 서툰 나로선 이 동네에선 아무튼 선빵(선제공격)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다가오는 경찰에게 먼저 질문을 걸었다.

 

    나 : 무슨 일이죠?

    경찰 : 왜 늦게 섰냐

    나 :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경찰 : 아까 STOP 사인이 있는 길에서 정지하지 않고 그냥 진행했으니 위반이다.

    나 : STOP사인이 있었냐? 난 보지 못했다. 난 여기 처음와 본다. 미국에 온지 이제 겨우 한달 되었다.

    경찰 : 그래? 면허증 내놔라. (면허증을 보고는) 더블린 이 주소가 네 집이냐? 집에 가는 길이냐?

    나 : 그렇다.

    경찰 : 보험은 들었냐?

    나 : 들었다.

    경찰 : 증서를 내놔라

    나 : 차에 없다.

    경찰 : 보험카드도 없냐?

    나 : 아직 못 받았다. agent 이름과 전화번호를 댈 수 있다.

    경찰 : 전에 교통법규 위반한 적이 있냐?

    나 : 전혀 없다.

    경찰 : (다시 면허증을 보고는) 니가 한 말이 다 맞으면 오늘은 경고만 하겠다. 잠시 차에서 대기해라.

    나 : ('경고'라는 말에 안도하여) 쌩유

      -  짧지만 제법 긴 시간이 흐른 후 경찰이 다가와 다시 운전석 창문을 노크했다.

    경찰 : 확인됐다. 오늘은 경고만 하겠다. 앞으로 STOP 사인이 있으면 반드시 정지해라.

    나 : 쌩유

 

아마도 옆과 뒷자리에 앉아있던 가족들과 최소한 과속하지 않고 달려온 점, 운전면허 발급일이 따끈따끈한 점, 부촌 동네인 더블린 주민인 점을 감안하면 더블린 경찰 입장에서 너그럽게 봐준 듯 하다. 물론 아내는 경찰관의 인상이 너무 선하게 생긴 걸로 봐서 사람을 잘 만난 덕이라고 한다.

 

이번 일로 미국 경찰차는 밤에 지붕위에 빨강, 파랑불을 끄고 다녀 낮에 처럼 식별이 불가하다는 점, 경찰차가 빛을 내며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면 나보고 서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조심 또 조심... 밤 운전은 더더욱 조심!! 어제 가족없이 나 혼자 운행중이었으면 험한 꼴 당했을지도 모른다... 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