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U.S./더블린의 일상

소아과 클리닉 방문기

Beyond Culture 2010. 2. 1. 07:45

   지난 주 금요일(Jan. 29) 오전 11시 둘째 성권이를 데리고 Hand in hand pediatrics Clinic에 갔다.  Preschool을 가려면 Physical check를 받아오라고 하는데... Kroger 매장안에 있는 The little clinic에서 된다는 주변 분들 말에 두 군데를 찾아갔다 연거푸 퇴짜를 맞았다. 두 번째 들른 곳에선 분명하게 College에 대해서는 해 줄 수 있지만, Preschool에서 High School까지는 자기들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소아과 클리닉인 Hand in hand 에 예약을 했다. 이 곳은 AIG보험이 적용된다고 소개받은 곳이었다.

 

   처음 찾아간 클리닉에선 요구하는게 많았다. 전화로도 이미 많은 걸 물어봐서 힘들게 예약했는데... 프론트에서부터 써낼 것이 뭐 그리 많은지... 제일 압권인 것은 나보고 엔트런스 카드를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나 여기 처음인데 무슨 엔트런스 카드가 있느냐... 그랬더니 엔트런스 카드 라고 또박또박 다시 말한다... 이런... 내가 바보냐... 카운터 아줌마가 바보냐... 생각하는 순간 인슈어런스 카드를 말하나 싶어 'You mean '인슈어런스'? 했더니 맞단다. 헐~ 여기 온지 얼마 안되지만 인슈어런스 발음을 엔트런스에 가깝게 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충 접수가 끝났나 싶었더니 대충 이영자 전성기 시절 덩치만한 언니가 나와선 '성퀀 초'는 따라오란다. 주섬주섬 짐과 기록 중이던 질문지를 움켜쥐고 따라갔더니 키와 몸무게를 잰다. 그리곤 대기실 비슷한 방에 들여놓고 기다리란다. 얼른 한국에서 챙겨온 예방접종기록과 여기와서 받은 결핵테스트 결과를 디밀었다. 'Super!'를 남발해댄다. 그리곤 질문지 작성 중에 모르겠는 것은 자기에게 물어보란다. 그런데... 고민하다 물어보면 그건 무시하란다.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별 도움이 안되었다.

 

  전화 예약 시엔 35분에서 40분이면 다 끝난다고 했다. 하지만 11시 50분이 되어서야 닥터가 들어왔다. 여긴 환자를 방에 두고 의사가 돌아다니나 보다. 전형적인 백인 아줌마 닥터는 다짜고자 아이에 대해서 무쟈게 많은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야아~ 미국 와서 영어배울려면 병원다니면 되겠다. 먹는 것, 말하는 것, 잠자리 습관, 그러다 성권이가 TV프로그램에서 숫자 10까지 영어로 카운트하는 걸 배웠다고 했더니 자기 아이는 세사미스트리트 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신나게 떠벌린다. 아무튼 한참을 이것저것 다 묻고는 아이 상태를 보자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이리저리 발을 돌려보고 고추까지 다 살펴보고는 이젠 자기를 따라해보란다. 앞으로 나란히, 팔벌리기, 혀내밀기 등등... 참 순진무구해 보일만큼 열심히, 재미있게 진행한다. 닥터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 같다...

 

  결국 12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검사가 끝났다. 결국 별장비도 필요없는 단순한 검사 후 Preschool 에서 준 양식에 닥터의 싸인이 들어갔다. 결국은 닥터의 확인 서명 외에 별 의미가 없는 검사인 것이다.

 

  나올 때 프론트에서 얼마를 내면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가란다. 응? 왜 그렇죠 했더니 보험사에 청구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낼 돈은 없단다.  차후에 몇몇 분들이 자기부담 없는 보험이 어디있냐며 나중에 최소한 100불 정도는 자기부담하라고 올 것이라 했다. 하지만... 보험계약 내용을 살펴보니 Deductible이 분명히 0으로 찍혀있다. 자부담은 없다. ^^!   The little clinic에서 받았으면 $29 + tax 를 낼 판이었는데 오히려 더 좋게 되었다.  

 

  미국에 오기전에 미국에선 어디를 가든 사전에 예약해야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와서보니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도 않다. 결국 내가 '갑'의 입장이라면 어디를 방문하든 환영받는다. 혹여 바로 서비스를 못받더라도 친절히 스케쥴을 잡아준다. 그러나 병원 만큼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내가 피곤하다. 한국처럼 환자들을 빨리 회전시키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 두차례 예약없이 가서 진료받는 Walk-in 타임을 이용하면 기다리다 지치기 십상이다. 병원은 가급적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하고 가자. 영어를 못해도 두려워말자. '갑'은 영어를 못해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는 나라다. 이 사회에서 '을'로 살려면 영어를 아주 잘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