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췄을 때는...
저녁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 뉴욕에 갔다 돌아온 동생 형석이가 수업도 없는데 학교에 볼일이 있다며 나타났다. 카풀을 하는 예림이 아빠에게 부탁받은 악세사리를 건네주러 왔단다. 그런데 주차장을 벗어나 도로로 접어들려는 순간 비상등을 켜고 멈춰선 앞차가 형석이 차임을 알았다. 배터리가 방전된 모양이었다. 대쉬보드의 계기판 불빛이 깜빡거려서 잠시 시동을 껐다 켜려 했더니 아예 시동이 켜지질 않는다고 했다.
카풀 멤버가 4명이나 되니 열심히 차를 밀어 다시 주차장으로 돌려놨다. 때마침 경찰이 다가와 무슨 문제인지 물어보고는 Towing truck을 불러주겠다고 한다. 바로 앞 실내체육관에서 OSU와 어디 다른 대학이 농구시합이 있고 OSU가 이기고 있단다. 그리고 15분 후면 끝나는데 교통이 복잡해질것이므로 렉카(towing truck)가 근처에 대기중 이란다. 무전을 때리자 마자 맞은 편 세븐일레븐 앞에 섰던 렉카가 경적소리로 비트를 내며 장난스럽게 다가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점프선을 통해 다시 시동이 걸렸고, 렉카도 돌아가고 경찰도 돌아갔다. 근데 다시 시동이 꺼졌다. 난감하여 멤버 중 한명이 AAA에 도움을 요청했다.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한참을 통화 중이다. 그러다 안되자 학교 긴급콜에 전화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중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흑인 한명이 점프선을 갖고 있다며 자기 미니트럭을 앞에 대준다... 오! 쌩유! ... 다시 걸린 시동... 형석인 굳이 집까지 일단 갖다놔야겠다며 다시 타고 출발했다.
미심쩍은 유부남들... 점프 연결 후 한번 시동이 다시 꺼졌다면 저건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는게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가기로 했다. 반드시 길거리에서 봉변을 당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을 벗어나자 마자 체육관 옆 대로변에서 다시 멈춰선게 보였다. 이번엔 아예 비상등도 안들어오는 지경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우리 형님들의 차를 뒤에 대고 비상등을 넣고는 한명은 여기저기 연락, 한명은 뒤에서 오는 차들 교통정리, 나머지 둘은? 근처 가게에 가 뜨거운 커피를 날랐다. 날이 추워 2시간 여를 길가에서 버티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농구 경기 마저 끝나 쏟아져 나오는 인파에... 갑자기 늘어나는 자동차들... 아시아계 5명이 길가에 차 2대를 세워놓고 있는 모습에 '핸드폰 빌려줄까?', ' 왜 그러냐' 등등 간간이 간섭이 늘기 시작했다. 근처 사거리에 늘어난 교통을 통제하려고 경찰이 신호등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왠일이냐 싶어 얼른 쫓아갔다. 현재 상황과 조치사항을 설명했더니 잘 했단다... 그래서 어쩌라고... 난 렉카차 불러달라고 하는 말인데... 그 경찰의 대답은 니들이 연락해서 해결해라였다. 별소득없이 돌아왔다. 결국 그 경찰은 끝끝내 자기 할일 끝나고는 우리 쪽으로 온게 아니라 다른 편 길로 넘어가 사라져버렸다. 헐~!
AAA 회원이라며 그 곳에 계속 전화걸던 멤버는 결국 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복잡하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정말이지 AAA... 도움 안 되었다. 결국 우리 보험사(4명 멤버 모두 Farmers에 가입한 상태였다. 다른 보험사도 견적을 내 본 결과 Farmers 견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agent에게 전화걸어 towing truck을 보내달라 청했다. 형석이는 차 산지 몇일 안되서 그런지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투박한 말투의 렉카차 아저씨가 쏜살같이 다가와 차를 다시 학교 주차장으로 옮겨놨다. $70.5를 달라고 했다. 100여 미터 이동거리에 과한 금액이라며 nego를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아저씨가 아직 차를 내려놓지 않은 상태였다. 으음...
중고차... 정말 싸다고 살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보통 차 값의 10% 정도씩은 바로 수리비로 들어가는거 같다.
보험...반드시 가입하자... 무보험차의 설움을 오늘 톡톡히 겪었다. 진작 우리 보험사로 연락할 걸 괜히 추운데서 떨었다.
영어... 급할 땐 정말 서바이벌 영어라도 적극적으로 써야한다. 하지만 대부분 마지막에 비용 얘기가 나올 때 당혹스럽다. 익숙하지 않은 숫자를 너무 빨리 불러대기 때문에 대체로 여기서 좌절하기 쉽다. 오늘 늦었지만 그래도 우리말 가능한 보험사 agent에게 연락한 건 단연 효과적인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