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일요일)... 돌아오는 길
March 28. 2010
오전
드디어 돌아오는 날... 아침을 먹고 우선 예배드릴 장소를 찾아나섰다. 집에서 미리 알아본 대로 차타누가 한인교회를 향했다. 비가 올듯 말듯한 날씨였다. 테네시주를 살짝 벗어나 조지아주에 들어선 곳에 한인교회가 있었다. 내가 검색해 보기론 유일하게 이 지역에서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교회였다. 친절한 교인들이 인상적이었고, 문은배 목사님도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콜럼버스보다 한인들이 적어서 그런지 다정다감함이 꼭 서울 사람들을 만나다 시골 사람들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급한 마음에 바로 출발하려는데 아내가 붙들렸다. 점심을 먹고가라는 강력한(?) 붙들림이었다. 전 교인이 손을 잡고 둘러서서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찬양을 하고는 식사를 했는데, 아내가 제일 좋아했다. 정말 한국과 똑같은 맛이 나는 김치와 닭볶음탕 등 몇일 묵은 속이 쫘악 내려가는 듯 했다. 염치 불구하고 두 번 날라다 먹었다. Daniel과 kevin은 그새 이 곳 아이들과 친해졌는지 금방 식사를 마치고는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 차타누가 한인교회 교육관 전경 >
아내를 강력히 붙들었던 분은 바로 이 곳 교회의 전임 목사님 사모님이시란다. 목사님이 소천하신 후 새로 부임한 젊은 목사님을 도우며 계속 머물러 계시는 중이셨다. 헌금 시간에 특송을 불렀던 유양업 선교사님도 알고보니 담임목사님의 어머니셨다. 젊은 날 일반 목회를 하시다 러시아와 싱가폴 등지에서 수십년을 선교사로 지내시다 작년에 은퇴하시고 아들 목사님을 도우러 잠시 방문하신거란다. 네 아들을 모두 목회자로 키우셨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내공의 두분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며 인생의 꾸준함, 단단한 신앙, 깊이있는 성품... 이런 많은 것들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목사님께 축복기도를 부탁했다. 기왕에 우연히 들른 곳이지만 너무나 기꺼이 목사님께서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셨고,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콜럼버스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이미 오후 1시 30분이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다.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Chattanooga, 501 Cross St.,Rossville, GA 30741
http://hompy.onmam.com/hompi/index.aspx?hpno=63663&Title=차타누가 한인장로교회&targetURL=http://hompy.onmam.com/hompi/homPreachView.aspx?hompi_num=63663&module_seq=18&seq=89105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애팔래치아 산맥 언저리를 넘어왔다. 비가왔다 햇볕이 쬐었다를 반복했다. 좌우로 펼쳐진 풍경도 아름다왔고, 나는 장대비를 헤치며 가는데 저 앞엔 흰뭉게구름과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 비와 햇빛, 흰구름을 동시에 만나다... 동영상 >
오후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게 된 켄터키주... 경마 더비를 자랑하는 고장인 만큼 주 로고도 말머리 모양이다. 이 곳 켄터키를 지나면서 고속도로 상에서 Birthplace of KFC 라는 안내판을 포착했다. KFC에 대해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사전 준비를 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사실 지나가다 켄터키 주에서 KFC 치킨이나 한번 먹고가보자 정도였는데...안내판을 따라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내비게이션이 아닌 도로 이정표를 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KFC가 탄생한 바로 그 점포가 있었고, 그 곳에 기념비와 함께 약간의 전시시설을 갖춘 점포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막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려할 때 한 미국인 가족도 막 도착하여 우리 만큼이나 흥분한 모습이었다. 워싱턴D.C.에서 왔다고 하길래 난 오하이오라고 답하지 않고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했다. 그 아저씨 더 흥분했다. 그리고 내가 몇달 후 워싱턴D.C.에도 가볼 거라고 하자 완전히 좋아죽는 모습이었다. 서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고는 뒤섞여 점포 안으로 들어섰다. 여느 KFC와는 달랐다. 입구의 기념비도 그랬지만 내부에도 여러 역사적인 계약서와 언론보도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 KFC Birthplace의 이모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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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에서 사먹은 치킨과 감자요리는 정말 맛이 좋았다. 특히 감자요리는 프라이(감자튀김)가 아니라 달리 불렀는데 얘네들 발음을 흉내내질 못하겠다.
< KFC Birthplace 내부 맛보기... 살짝 구경...동영상 >
저녁
신시내티에 접어들면서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집까지는 2시간여 거리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만 되어도 이웃 동네같다. 여행을 출발하던 날 쇼핑이든 야구경기 관람이든 꼭 한번 다시 와보자던 신시내티를 이제 돌아가면서 밤에 지나치다보니 야경도 아주 훌륭했다. 아내가 신이나서 동영상을 찍었다. 서울에 비하면 정말 촌동네다. 하지만 고층빌딩과 한밤의 오피스빌딩 불빛이 그리운 이 동네에선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 신시내티 야경...동영상 >
아이들 봄방학이 고난주간인지라 장기여행을 포기하고 바로 그 전주에 짬을 내 시도한 가족여행... 오하이오에서 켄터키를 지나 테네시와 조지아 경계를 둘러보고 온 짧은 여행이었지만 미국에 와서 시도한 첫 자동차 여행이면서 동시에 온 가족의 만족도가 너무나 높아 흐뭇한 여행이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이 지나왔던 대부분의 관광지(심지어 산위에서도...)나 휴게실에서 유료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했다. 켄터키의 경우 1시간 사용에 1.5달러 정도, 2시간에 2달러가 채 안되는 요금이었다. 게다가 차가 밴이다 보니 필요한 옷과 먹거리, 기타 소품들을 모두 싣고도 자리가 여유가 많았다. 아마 쌀과 쿠쿠밥솥을 싣고 갔더라면 더 긴 여행이라도 거뜬하게 해냈을 거 같다. 사실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골치거리는 몇일만에 먹거리 때문에 지치는 부분인데 간간히 밥을 먹어주면 이게 해소되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대략 최소 30일 정도는 걸린다는 미국 횡단여행을 시도해볼까 조심스레 아내와 이야기해보며 정말 잘 정돈되고 아름다운 더블린에 도착했다. 밭갈러 가는 아저씨도 썬글래스 끼고 트랙터를 몰고 있으니 해리슨 포드 같아 보이는 동네... 오가는 길에 이따금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편의점에서 만났던 구수한 촌뜨기 미국아저씨들의 너털한 웃음과 정겨운 인사말들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