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일차_2010.8.7(토) - 8.8(일)
경로 : 보스톤 -> 더블린 홈
오늘 아침엔 아내가 늘 동경해왔던 하버드대학을 찾았다. 보스톤 시내를 흐르는 강을 건너 캠브리지로 들어서니 막바로 MIT공대가 나타난다. 계획에 없는 곳인지라 그대로 지나쳐 하버드대학 동네를 차로 휘휘 돌았다. 우리나라 처럼 학교 정문이 있고 학교 건물이 구분되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이게 동네인지 학교인지 대략 간판보고 알아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전철역이 하나 있어 거기가 하버드대의 중심 역할을 대충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철로 방문을 해서 그런지 전철역 위에 하버드대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진행하는 학교투어 안내 접수 및 대기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그 주변으로 이런저런 상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 전철역을 배경으로 >
학교에 들어서니 가장 눈에 띄는건 여기저기에서 학교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는 자주빛 유니폼을 입은 열변을 토하고 있는 학생들과 근 20명 정도씩 무리지어 따라다니는 관광객들이었고,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모양이었다. 나에게 다가와 안내가 필요하냐 묻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거절했다. 생각해보니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 걸 아내를 너무 의식했나 보다 ㅋㅋ
< 가이드투어 출발장소...밀짚모자에 자주빛 옷 입은 하버드대 학생들이 보인다. >
도서관 건물 담벼락 옆에 하버드대학 설립자의 동상이 있다. 구두코를 잡고 사진찍으면 하버드대학에 진학한다는 말도 안되는 구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두코를 만져댔는지 청동으로 만든 동상인데 구두코만 양쪽 모두 구리빛으로 빛난다. 전세계인들에게 예외없이 하버드는 명실상부한 명문인가 보다. 눈에 띄게 많이 나타난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유러피안들 마저도 하버드 투어를 하며 아이들을 번쩍들어 구두코를 만져대며 사진찍어대는 걸 보니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 설립자인 John Harvard 동상 >
< 뒤에 보이는 건물이 도서관... 옛날 타이타닉호에서 생존한 한 할머니가 기부한 것이란다. >
하버드 투어를 마친 뒤 들른 곳은 퀸시마켓... 먼저 보스톤을 들렀던 가족에게 소개받았는데 사실 여긴 별로였다. 사람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우리 가족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었던 것 같다. 그냥 보스톤의 재래시장이라고 보면 될까? 아니면 상설시장 분위기라고 보면 될까? 뭐 그렇다. 주말인지라 운좋게도 6달러에 종일주차 가능한 주차장을 만났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너무 비싼 주차료에 깜짝놀라며 차를 돌려나올 참이었는데 주말 요금 안내표지를 보니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게다가 여행안내 책자에서 본 적 있던 au bon pain 을 만났다. 바로 옛날 의사당 건물이 보이는 퀸시마켓 뒷거리였는데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 빵 맛은 정말 괜찮았다. 특히 미국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빵 먹기가 만만치 않다. 콜럼버스에선 Panera 빵집이 그나마 한국인 입맛에 맞다고 하는데 여전히 거기도 별로였다. 그런데 이곳 오봉뺑(au bon pain)은 정말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었다. 게다가 주방 파티쉐 아저씨가 얼마나 유머스러운지 주방을 나와서까지 간섭해가며 아내에게 말을 걸어가며 맛있게 먹으라고 장난을 쳐댔다.
< au bon pain 에서의 행복한 기다림... >
< 퀸시마켓을 배경으로... >
< 길거리 공연하는 청년... 실수 연발에 안쓰러웠다... >
< 보스톤 바닷가 모습 >
퀸시마켓을 벗어나 보스톤 바닷가로 나갔다. 항구가 깔끔하고 이국적인 모습이 여행 온 느낌을 확 살려주었다. 보스톤 하면 랍스터가 빠질 수 있겠는가... 항구 식당 야외테이블에 앉아 랍스터를 주문했다. 배불리 먹을게 아니라 시식용으로 말이다.
어제 쇼핑을 못 한게 아쉬웠는지 아내가 뉴버리로 가자고 졸라댔다. 나 역시 낮 풍경을 보고 싶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역시 여자는 쇼핑이 최고인가... 아내가 쇼핑 삼매경에 빠져있는 동안 난 응가가 마려운 둘째 Kevin을 데리고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상가에 화장실이 없다는 대답에 주변 고급호텔로 달려들어갔다. 이렇게 급한 불을 진화하고 나오니 옷 몇벌 사들고 나타난 아내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밝은 햇볕아래 다시 보게된 버클리 음대 >
< 뉴버리 스트리트 이면에 자리잡은 고풍스런 주택가 >
< 뉴버리 쇼핑거리에서 만난 어느 숙소 건물 >
< 거리의 악사들 >
내일 주일 예배를 이곳에서 드리느니 보스톤에서 더블린까지 차로 12시간 정도되는 거리를 밤 새 달려 집까지 가자는데 아내와 의견을 같이 했다. 어차피 밤새 갈거 저녁이나 든든히 먹자는 생각에 '아리랑'이라는 한인식당을 찾아갔다. 뉴버리에서 매우 가까운 곳인지라 아주 좋았다. 한인 부페식당에 중국 사람들이 더 많은데 깜짝 놀라며 든든히 저녁을 먹고 해가 다 지고서야 집을 향해 출발했다. 서부 여행 때 힘들어했던 나를 기억해서 아내는 저녁 운전을 본인이 하겠다고 나섰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아내는 줄곧 달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내게 자리를 넘겼다. 1시간을 달리다보니 졸려서 더 갈 수가 없었다. 근처 휴게소에 차를 대고 1시간만 자고 가자했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2시간이 경과... 게다가 아직도 눈이 떠지질 않아 헤매는 모습을 보더니 아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결국 오하이오주에 진입하여 첫 휴게소에 들어가서야 다시 내가 운전을 시작하여 2시간 후 집에 도착했다. 약 5분간 씻고 다시 모여 교회로 향했다. 늦지 않게 도착! 정말 대단한 하루밤을 보냈다. 따져보니 결국 돌아오는 그 긴 하루밤의 운전을 나는 딸랑 3시간 정도만 커버한 셈이었다. 지난 서부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길은 결국 또다시 아내가 거의 다 커버한거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이번에 포기한 워싱턴에 꼭 가야된다는 큰 아들을 보며 가슴이 덜컹했다. 한동안은 여행도 실컷 다녔고, 운전도 할만큼 해봤으니 아무리 자동차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당분간 아무데도 안가고 그냥 집에만 있고 싶을 정도다.
2회로 나누어 진행된 미국대륙횡단...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커버했고 대략 1달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주요 관광지만 들러서는 알 수 없는 많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횡으로 종으로 이동해가며 변해가는 자연과 분위기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God blessed America! 라는 얘네들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 블로그에 남긴 글과 사진들을 되돌아보며 꿈같은 시간들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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